팔레스타인 경기 관중 소란과 '클린 스타디움' Rule

중앙선데이 화면 캡처

이글은 NGO저널 칼럼 [장달영의 리걸마인드]에 실린 필자의 칼럼 내용을 일부 수정편집한 것입니다.

https://youtu.be/MBTseI3zZJM

지난주 금요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한국 대 팔레스타인 경기는 많은 축구 팬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FIFA 랭킹도 한국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현재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대표팀을 맞이해 홈에서 한 경기 결과가 무득점 무승부란 사실은 축구 팬에겐 충격이었다. 요즘 축구 팬의 축구협회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 경기 결과는 축구협회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경기 결과뿐 아니라 경기장 분위기도 축구협회로선 낭패였다. 경기 내내 홍명보 감독 모습이 전광판에 보이면 일부 관중은 야유를 보내고, 관중석에선 정몽규 축구협회장이나 홍명보 감독을 비난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의 큰 플래카드가 펼쳐지곤 했다. 오죽하면 김민재 선수가 경기가 끝난 직후 서포터석에 다가가 자제를 요청했겠는가.

그런데 필자는 경기 결과보다 관중이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을 비난하는 큰 플래카드를 펼친 장면에 주목했다. 어쩌면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법적 측면에서 그 장면의 문제점이 보였다. 바로 ‘클린 스타디움’(Clean Stadium) 룰이 무시된 것이다. 관중의 그 행태가 클린 스타디움 룰을 위반했고, 이를 사전에 확인하고 그 플래카드를 반입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는 축구협회가 하지 않음으로써 룰을 위반한 것이다.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경기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룰에 따라서 열리는 경기다. 홈팀 축구협회는 경기를 주관하는 자로서 그 룰에 따라서 경기장 안전관리와 관중 통제를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경기장 안전관리와 관중 통제에 관한 원칙 중의 하나가 바로 ‘클린 스타디움’이다. FIFA와 AFC가 내세우는 클린 스타디움 룰은 경기장에서는 어떠한 정치적 언행이나 혐오적 표현을 금지한다. FIFA와 AFC 정관이 정한 차별 금지 및 정치적 중립성 가치 조항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아래 사진).

FIFA 정관 제4조 차별금지 및 중립 조항

 

AFC 정관 제3조 인권 보장 및 차별금지 조항

AFC는 이 원칙에 따라서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 4차예선 경기 룰에서 아래와 같이 '클린 스타디움'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서 경기장에 있는 관중은  상대방 관중이나 선수뿐 아니라 그 누구에 대한 것이라도 혐오나 비방하는 표현은 금지된다. 축구협회가 못마땅하고 협회장이나 홍명보 감독이 싫더라도 이들에 대한 반감이나 혐오를 표현하는 것은 클린 스타디움 가치에 반한다. 그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관중도 있고, 그러한 표현은 선수나 관중이 경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경기장이 자기들만의 공간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클린 스타디움 조항

또한 AFC는 '클린 스타디움' 조항 취지와 같이 경기장 안전 관리 및 보안 규정에서 아래와 같이 경기장에 입장하고자 하는 사람이 휴대하거나 반입할 수 없는 물품을 예시한다. 클린 스타디움 룰은 그러한 표현과 함께 경기장이나 관중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는 물품의 반입을 금지한다. 흉기는 당연하고, 라이터나 인화성 물질, 심지어 애완동물도 반입이 금지된다. 공격적인 내용의 문구나 비방 표현이 담긴 배너나 플래카드도 금지되고, 심지어는 국기도 일정 크기 이상은 경기장에 갖고 들어갈 수 없다. 우산도 반입금지 물품에 포함되기도 한다. 경기장 질서유지와 관중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경기장 반입금지 물품 조항

지난 2023년 AFC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경기장 입장객에게 반입금지 물품을 안내하고 경기장 입장시 휴대 물품를 확인하고 위반시 압수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고지된 아래 링크를 보면, 이번 팔레스타인 경기에서 일부 관중이 펼친 플래카드는 내용뿐 아니라 그 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반입이 금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https://www.iloveqatar.net/news/general/prohibited-banned-items-stadiums-afc-asian-cup-2023-doha

What are the prohibited items at the stadiums for the AFC Asian Cup Qatar 2023?

FIFA와 AFC는 경기 주관 홈팀 협회에게 이러한 반입금지 물품을 사전에 입장권 소지자에게 알리고, 관중 입장 시 소지품을 체크해 반입금지 물품이 경기장에 반입되지 않도록 당부한다. 만약 이러한 의무를 철저하게 이행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홈팀 협회에 돌아간다.

경기 내내 축구협회나 홍명보 감독에 대한 야유를 듣는 것이 다른 관중에게는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축구협회에 대한 비난 목소리로 치부해 그 정도는 용인할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관중이 지켜야 할 FIFA와 AFC의 클린 스타디움 룰을 위반하는 것은 경기장과 관중 안전 측면에서 달리 봐야 한다. 다음 홈경기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축구협회가 클린 스타디움 룰 이행을 위해 신경을 써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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