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존중', 왜 손풋볼아카데미 아동학대 사건은 예외일까

2024. 7. 2. 17:02스포츠로(Law)/선수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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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뉴스 캡처

최근 손흥민 선수의 부친 손웅정 씨가 운영하는 ‘손풋볼아카데미’의 아동학대 논란에 대한 여론은 아카데미 측의 강압적 코칭을 비난하는 의견과 아카데미 측을 옹호하는 의견으로 갈린다. 아카데미 측을 옹호하는 의견 논리는 그러한 강압적 훈련에서 세계적 선수가 나온다거나, 강압적 훈련이 싫으면 아카데미에 자식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관점에서 보는 것이 사안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일까. 아래 글은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NGO저널에 고정 기고하는 칼럼 코너에 게재한 것이다. 

2021년 1월 26일 민법 일부개정법률이 공포됐다. 개정 주요 내용은 1958년 제정 민법에서 규정한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 삭제였다.

개정 전 민법 제915조가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징계권’을 두었는데, 징계권이 아동학대 가해자인 친권자의 항변사유로 이용되는 등 아동학대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어 징계권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이를 방지하고 아동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려는 것이 삭제 이유였다.

통계에 의하면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부모 자녀 체벌의 아동학대 수준인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아동학대 가해자의 상당수가 부모인 사실에서 그동안 찬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는데,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이 결국 친권자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것이었다.

징계권이 아동학대 문제로 논란이 된 배경으로는 법적 측면보다는 사회적 인식이나 의식 측면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자녀나 아동을 훈육의 객체 또는 대상으로만 여기거나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의식에다가 체벌을 지역이나 사회의 간섭에 소극적인 가정 문제로 보는 인식이었다. 그런데 사회의 인권 의식이 높아져 훈육 논리에 절대적으로 밀렸던 인권 논리가 주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가정과 사회에서 아동학대 논란과 관련해 훈육 논리와 인권 논리의 갈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갈등이 심심찮게 사회 논란을 일으키는 곳이 또 있는데 바로 학생 엘리트 스포츠의 학교 운동부와 사설 아카데미다. 학교 운동부나 사설 아카데미에서 지도자(코치)가 학생 선수에 대한 강압적 훈육 과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 논란, 선배가 후배에 가하는 폭력 문제가 그렇다. 특히 코치가 훈련과 대회 도중 학생 선수에게 하는 아동학대 논란은 코치 개인의 성향이나 성격 문제를 넘어선 것이다.

학교 운동부나 사설 아카데미 코치가 학생 선수에게 가하는 강압적 훈육을 교육 논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학생 선수를 제대로 훈육하기 위해서는 강압적 스타일이 불가피하고 그러한 강압적 훈육을 이겨내야 세계적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학생 때까지 운동선수였고 그동안 스포츠 관련 일을 한 필자 경험상 어린 선수에겐 강압적 훈련이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성과를 내는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동학대 논란을 일으킬 정도의 강압적 훈육은 그 해당 학생 선수뿐 아니라 전체 학교 스포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스포츠 선수로서의 자아의식을 제대로 정립해야 할 시기에 강압적 훈육은 학생 선수의 인격 형성이나 자아의식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자신의 스포츠 활동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잃거나 선수 생활을 일찍 접을 수 있다. 해외에선 고령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스포츠 선수가 제법 있는데, 국내에선 보기 어려운 사정도 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본다.

어쩌면 학교 운동부나 사설 아카데미의 그러한 강압적 훈육 방식을 교육 논리보다 비즈니스 논리로 볼 소지도 있는 것도 문제다. 단기간에 대회 성적이나 기록에서 성과를 보여야 세간에 능력 있는 지도자나 학교 운동부·아카데미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학부모의 소극적 자세가 더해지면 교육 논리 또는 인권 논리보다 사업 논리가 더 중시되는 환경이 된다.

최근 손흥민 선수의 부친 손웅정 씨가 운영하는 ‘손풋볼아카데미’의 아동학대 논란에 대한 여론에서도 학생 선수 인권을 무시하는 일각의 의견이 보인다. 그러한 강압적 훈련에서 세계적 선수가 나온다거나, 강압적 훈련이 싫으면 아카데미에 자식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논리다. 손풋볼아카데미 아동학대 논란 사안 본질도 ‘학폭’ 이다. 다른 학폭 논란에서는 인권 논리가 우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손풋볼아카데미 아동학대 논란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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