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구단 '밑빠진 독 물 붓기' 이대로 좋은가 ③ K리그의 회전문 승강제 명분도 실익도 없다

2024. 6. 28. 14:43스포츠머니(Money)/이벤트 및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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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구단 지분을 최대주주로서 보유하고 운영을 지배하는 이른바 '지자체 구단'의 문제를 심층 분석하는 시리즈 1편 '지자체 구단 법적 형태 및 지배 구조 현황', 2편 '구단 손익 및 지자체 지원 현황'에 이어서 지자체 구단의 지속성과 관련한 K리그 내 '승강제' 체제의 유지 필요성 유무를 알아본다.

국내 프로축구(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돼 시행된 것은 2013 시즌부터다. 그 전에도 실업리그(N리그)와 연계한 승강제 도입이 시도됐지만 실업리그 소속 승격 대상팀이 법인화 및 가입비용 부담 등으로 승격을 거부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그러다가 2009년도 당시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승강제 미실시 국가 리그 팀 AFC 챔피언스 리그 참가 제한이라는 법적 근거 없는 방침(소문)과 이와 맞물린 프로축구계의 승강제 환상이 지자체 구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3시즌 승강제 도입을 성사시켰다.

2013시즌 승강제 전후로 지자체 구단 창단 또는 프로축구 리그 편입이 이뤄져 승강제 실시가 프로축구 지자체 구단 탄생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승강제 실시를 위한 1, 2부 리그 구성과 운영을 위해서는 최소한 필요한 수의 팀 창단 내지 편입이 필요한데, 새로운 기업구단은 어렵고 정치권과 축구계의 '협력'으로 가능한 지자체 구단이 대상이 됐던 것이다.

영국 EFL 1·2부 승강제, 리그 운영 적정 수 팀 유지 방안에서 시작


그런데 승강제의 의미와 본질적 가치를 고려할 때 K리그 승강제는 태생 자체가 기형적이고 이러한 기형적 구조가 지자체 구단의 족쇄가 돼 오히려 지자체 구단의 지속성을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자체 구단 탄생의 계기가 됐던 승강제가 오히려 지자체 구단 운영의 위험 인자가 되는 것이다.

해외 프로축구 리그의 승강제 역사와 그 운영을 보건대, 승강제는 축구 리그의 한 시즌 운영의 기본 원칙인 '홈 앤드 어웨이' 경기 구조상 리그 적정 팀 수를 제한하고 1부 리그의 폐쇄성과 독점성(반경쟁성)을 막기 위한 하위 리그 팀 승격에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프로축구 리그라고 할 수 있는 영국축구리그(EFL)가 1888년 출범할 때  리그 소속 팀은 12개 구단이었다. 물론 단일리그였다. 그러다가 영국내 다른 리그 단체인 'football alliance'가 출범하고 그 리그와 경쟁하다가 1892년 12개 구단이 소속된 football alliance를 흡수하였다. 그런데 흡수한 결과 한 시즌당 홈 앤드 어웨이로 리그 경기를 치를 팀 수를 초과해 16개 팀의 1부 리그와 12개 팀의 2부 리그로 나눴던 것이다.   

EFL 첫 시즌 1888-89 리그 테이블(출처: @EngFoothistory)

승강제의 제한적 운용과 그로 인한 1부 리그의 폐쇄성에 대한 문제로 1898년 1부 리그 하위팀과 2부 리그 상위팀의 자동 승강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이 자동 승강 시스템이 1992년 프리미어리그(EPL) 출범 때 EPL과 EFL의 협약에 의해 EPL 리그와 챔피언십 리그 사이에도 도입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EFL 리그(챔피언십, 리그 1, 리그2)와 내셔널리그(The National League) 사이에서도 승강제가 도입돼 영국내 피라미드 축구리그 중 EPL-챔피언십-리그1-리그2-내셔널리그의 승강제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아래 사진).

미국 MLS 단일리그로 팀수 증가 등 성공적인 프로축구리그 운영


미국의 프로축구리그(MLS)이 29개 구단이지만(2022 시즌 28개 팀) 단일 리그 양대 컨퍼런스 시스템으로 운영을 하면서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EPL 보다는 못하지만 다른 유럽 프로축구리그에 뒤지지 않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상하위 리그 승강제가 프로축구 리그 발전의 조건이 아님을 보여 준다.

MLS 구단 현황(mlssoccer.com)

참고로 일본 J리그의 경우 출범 첫 해 1993시즌은 10개 구단으로 단일리그로 시작했지만 성공적인 리그 운영으로 가입 희망 클럽들이 생겨 1999년 1, 2부로 나눠 J1 16개팀, J2 12개팀으로 나눠 승강제를 실시했다. 현재는 J1 구단이 18개팀, J2가 22개팀, J3이 18개 팀으로 구조상 1,2,3 부 리그 체제로 승강제를 하고 있다(아래 사진).

이러한 승강제의 역사 및 의미에서 보건대, K리그는 2013년 출범 당시 1부 리그 14개 팀과 2부 리그 상무와 경찰팀(안산 무궁화)을 제외한 6개팀, 20개 팀이어서 20개팀으로 한 리그를 구성해도 충분했음에도 억지로 승강제를 하기 위해 리그를 나눈 것은 승강제의 본질에 맞지 않았다. 태생이 기형적이라고 하는 이유다.


실질적 의미 없고 회전문 K리그 승강제, 지자체 구단 지속성 악영향


1부 리그와 2부 리그의 실질적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모두 프로리그라는 성격상 지자체 구단이라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프로팀으로서의 외양과 구색을 갖추려고 하니 선수단 인건비 등 기본적인 구단 운영비가 적지 않게 든다. 만약 실업리그(내셔널리그)와의 승강제 실시에 따라서 실업리그로 강등되면 그에 맞게  또는 그를 핑계로 실업팀 전환 또는 운영으로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으나 내셔널리그와 승강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러지도 못하는 신세다.

승강이 K리그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이른바 '회전문' 승강제다 보니 구단 마케팅을 통한 수입보다 지자체 지원에 지자체 구단의 운영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프로축구 산업 환경상 지자체는 지자체 구단이 K리그2로 강등당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매년 수십 억 원에서 많게는 백 억 원 넘는 예산을 편성해 지자체 구단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실질적 의미를 찾기 어려운 K리그1 승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선수 스카웃 등 선수단 인건비 예산을 올려 지자체 구단에 부담을 높이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자체 구단의 지속성에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인 출신인 지자체장이 지역 여론과 자신에 대한 평판에 신경을 써 지자체 구단 지원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민영화 내지 구단 폐지를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결국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로축구 산업의 성장이라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지자체 구단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궁극적인 해법은 K리그의 단일 리그화와 내셔널리그와의 자동 승강제를 시행하는 길뿐이다. 이 원칙하에 리그 가입비 금액과 구단 법인화 등 승강에 따른 제반 요건에 관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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